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길을 몰라 방황합니다. 어떨 때는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아무것도 못하는 제 모습을 봅니다. 글쓰기도 저에게 그런 것들 중 하나입니다. 시작을 해야 하는데, 쓰다가 느는 게 글쓰기라는데 그 시작이 어렵습니다.
뭐, 새삼스럽진 않습니다. 인지할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늘 따라다녔던 근거 없는 자신감, 의지박약, 열등감, 무력감 따위의 것들이겠지요. 뭐 하나 시작하려 해도 끈기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않고 어느새 고꾸라집니다. 집에만 있으면서 도통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사회와 단절된 듯, 아닌 듯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제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져 뭐라도 해볼라치면 안팎으로 방해가 밀려옵니다.
그렇게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다 보니 어느새 피해의식만 가득 차버렸습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내가 이런 모습이 되고 싶어서 됐냐?"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책임지지도 못하는, 전형적인 책임 전가의 모습이죠. 어느새 그렇게 못난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삶을 생산적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여러 가지를 찾아보다 갑자기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보고 실천해 봤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길게 가면 일주일 정도가 제 한계였지요.
그런데도 아직 글쓰기를 제 삶에서 놓아주지 못했던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실천했던 것 중 하나였던 프리 라이팅이었습니다. 제가 썼던 방법은 10분 동안 펜을 놓지 않고 무조건 쓰는 것이었죠. 쓸 말이 없어도 들리는 소리나 보이는 것, 아무거나 적는 것입니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펜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 하나 완벽한 게 없지만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던 저에게 프리 라이팅은 신세계였습니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은 완벽주의지만, 아직은 그 안에 갇혀 있었던 제가 처음으로 글쓰기를 통해 해방감을 느끼게 된 것이죠. 쓸데없는 말들을 쭉 적어놓고 나니 비로소 진짜 적고 싶었던 진실한 말들이 터져 나오던 그 경험을, 알 수 없는 그 해방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글쓰기를 놓지 못하고 기록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이나 여러 책들 사이를 방황하다 이윤영 작가의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메모나 기록, 필기, 필사 같은 글쓰기 관련 단어로 뒤범벅된 제 머리를 그 책은 말끔히 청소해 주고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쓰기? 거창한 거 없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욕심을 버려. 하루에 10분만 하자. 그게 너를 성장시킬 거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달까요? 일단은 책에 나온 '30일 메모 글쓰기'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하루에 10분, 주제에 맞춰 쓰면 끝입니다. '나는 왜 쓰고 싶은가?'부터 일상 메모, 문학 작품이나 영상, 사진을 이용한 메모 등 주제는 다양합니다. 설명은 쉽지만 지속할 수 있는 글쓰기 근력이 없기 때문에 힘든 도전이 되겠지만 하다 보면 또 늘겠지요.
사실 지금도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두서도, 형식도 없는 글이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이게 최선이기에, 훗날의 제가 이 글을 다시 볼 때 부끄러워도 그것이 성장의 증거임을 믿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완벽주의에 어설픈 작별을 고하고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하려 합니다. 어쨌든 시작한 저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 저자
- 이윤영
- 출판
- 가나출판사
- 출판일
- 2020.02.10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잉여로운 하루를 살펴보자 (0) | 2023.06.25 |
---|---|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쓰기(프리 라이팅) (0) | 2023.06.25 |
코를 관통해 두통까지 만든 지독한 냄새를 글쓰기로 승화해 보기 (0) | 2023.06.25 |
살아 있는 글쓰기를 위한 감각기관 작동 연습 (0) | 2023.06.24 |
모든 일이 그렇듯, 글쓰기도 처음은 언제나 아무것도 모른다 (0) | 2023.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