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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내가 틀릴 수도 있겠네

by ♪⁠┌⁠|⁠∵⁠|⁠┘⁠♪└⁠|⁠∵⁠|⁠┐⁠♪ 2023. 6. 28.

에세이, 많이 읽어보셨나요? 출판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에 오그라드는 책 제목만 봐도 '역시, 에세이,,,' 하던 사람이 접니다. 그런 제가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 '내가 틀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제 어리석은 일반화 때문이었죠.

 

공교롭게도, 밀리의 서재 에세이 목록에서 제일 공감하는 제목을 찾았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인데,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라는 이름을 가진 스웨덴의 한 스님이 쓴 글입니다. 처음부터 '아, 이 사람, 뭔가 있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쓰기 챌린지 열 번째는 에세이를 이용해 첫 문장 쓰기입니다. 그래서 안 보던 에세이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생각과 경험이 들어가는 진솔한 글이 에세이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장르보다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읽으려는 글이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룬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짧은 에세이 한 편을 읽거나 이전에 읽었던 에세이를 꺼내 인상적인 부분을 필사한다. 가장 인상적인 문장에 밑줄을 긋고, 첫 문장으로 삼아 글을 쓴다.

 

우리의 상반신은 일종의 물병과 같습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몸 안에 물이 차오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숨을 내쉴 때는 수위가 내려가서 병이 비워집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물이 바닥에서부터 다시 차오릅니다. 호흡이 엉덩이에서 또는 더 바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런 다음 물이 배를 지나 가슴과 목까지 차오르는 기운을 느껴보는 겁니다.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이 파도에 자신을 잠시 내맡겨 봅시다. 자세가 썩 편하지 않다면, 자기 몸에게 다정하고 부드럽게 물어보길 바랍니다. '어떻게 호흡하는 게 제일 좋니? 가슴을 조금 더 펴면 공기를 들이마시기가 더 편하니? 어깨를 살짝 내리면 어떨까?' 이 정도면 됐다고 느껴지는, 몸속 깊이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당장은 이렇게 호흡만 하면 됩니다. 다른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 휴가를 떠난 셈입니다. 전두엽의 스위치도 꺼버렸습니다. 이 순간, 책임질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순간, 짜내야 할 기획안도, 제시해야 할 의견도 없습니다. 잊어서는 안 되는, 꼭 기억해야 하는 사항도 전혀 없어요. 여러분이 신경 쓸 일은 오로지 호흡뿐입니다. 원하는 시간 동안 호흡에만 집중하면 되는 겁니다. 

 

 일상에서 자기 자신에게 이처럼 몰입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기회가 찾아왔다면 어딘가 어색하고 두려운 마음은 뒤로하고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 호흡으로 뭔가를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삶의 모든 부분을 차분하고 평온하게 바꾼다거나 내면의 희열을 맛볼 수 있어서도 아니에요. 특별히 영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호흡이란 원래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기에 거기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는 겁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中

 

"특별히 영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호흡이란 원래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기에 거기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는 겁니다."라고 누군가 내게 말해줬다면 나도 호흡을 계속하지 않았을까? 영적인 걸 운운하며, 전두엽이 어떻느니, 뭔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야장천 옆에서 떠들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호흡이 싫어졌다.

 

저 문장을 읽는 순간 호흡을 하고 있었다. 난 특별히 영민해지고 싶다거나, 끌어당김을 하고 싶다거나, 그걸 통해 뭔가 특별히 얻어내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그런데 자꾸 장사하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치민다. 글의 저자처럼 저렇게 얘기하는 게 오히려 나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저기 나온 몸을 물병으로 생각하고 호흡을 연습해 보는 게 처음 호흡하는 사람한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쓰기 챌린지 덕분에 에세이도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처음에 어렸을 때 본 창문 밖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호흡에 대해서도 제 속에 쌓인 부분이 있었기에 글쓰기가 훨씬 수월했네요. 아직 이 책에서 왜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나 제가 '내가 틀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계속 볼 것 같습니다. 여기서 글쓰기 챌린지 10번째, 에세이를 이용해 첫 문장 쓰기 여기서 마칩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2022년 1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스웨덴을 휩쓸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수많은 스웨덴인들을 불안에서 끌어내어 평화와 고요로 이끌었던 그는 2018년 루게릭병에 진단받은 후에도 유쾌하고 따뜻한 지혜를 전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20대에 눈부신 사회적 성공을 거뒀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숲속으로 17년간 수행을 떠났던 저자의 여정과 깨달음, 그리고 마지막을 담은 책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되찾게 했다. ★ 스웨덴 베스트셀러 1위★ ★ 출간 즉시 25개국 수출★ ★ 스웨덴 30만 부 판매★ ★ 달라이라마, 도종환 추천사★
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출판
다산초당
출판일
2022.04.18